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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家 사람들] 쉿! 은밀한 사랑을 사색하고 변주하는 연극이 당신을 유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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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들어도 물리지 않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 및 관계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연극 속에 담아낸 작품들이 관객들을 유혹한다. 시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인 작품도 있지만, 남녀 배우가 전라로 무대에 오르는 19금 성인연극도 있다. 중년 남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벗기기 연극’ 이란 오해는 하지 말 것. ‘여자와 남자의 진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머리를 치게 만드는 네 작품을 소개한다.

연극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 중 배우 장준휘와 이은주

■ 수수께끼 같은 ‘사랑’을 파헤쳐보고 싶은 당신에게

연극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 본다’의 매력은 항상 곁에 있던 사람의 부재를 통해 깨닫게 되는 상대의 소중함을 다정다감하게 펼쳐놨다는 점이다. 극중 만날 수 있는 ‘셀프 프리젠테이션’처럼 관객의 사랑을 되돌아보게 하는 점도 숨겨진 백미다. 전하고 싶은 마음을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목소리로 전할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 있어도, 손이 닿지 않는 ‘겨울의 달’이란 시(詩) 이미지와 오버랩되는 후반 애잔한 무릎베게 장면이 코끝을 시큰거리게 만든다.

조은컴퍼니의 한일문화교류전으로 기획된 이번 연극은 남자주인공(장준휘▪ 안종철)이 갑작스럽게 약혼녀(이은주)의 죽음을 겪고 영매사(문주희▪ 강신혜)를 통해 약혼녀의 영혼을 만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관객의 호흡을 쥐락펴락하는 영매사의 호연이 작품 성공의 관건이다. 남자 영매사로 나온 배우 문주희가 ‘좋아하는 사람이 최선을 다해 꼭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멀리 떠나지 않고 자신과 함께 있어줬으면 하는 두 마음이 함께하는 모순된 심리’를 언급하며 작품에 힘을 실은 점, 유카와 합이 맞아 여성의 속마음을 나눠가진 듯 수다 떠는 장면도 잔상이 강하다.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 본다’는 신나는 일본 배경음악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별훈련 장면을 도입해 명랑 만화 이미지도 풍긴다. 다만 보다 역동적이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물을 선호하는 관객이라면 2시간 러닝타임이 길다고 느껴 질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로)“상당히 다 합니다”같은 일본어 직역 대사도 아쉬운 지점이다. 이번 작품의 번역에도 함께 참여한 배우 장준휘는 “내용 전개 상 중요한 대사인데, 한국 말로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혜화동 키작은소나무 가변극장에서 9월 2일까지 공연된다. 일본 극단 토무가 내한해 오는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특별공연을 한다.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과의 관계를 바라보게 하는 연극 ‘영원한 너’가 무대에 오른다. “언제나 영원할 수밖에 없는 ‘당신’에 대한 12개의 편린”을 연극으로 풀어냈다.

한국공연예술센터의 2012 공공지원시리즈 기획공연 ‘영원한 너’에는 명확한 시공간이나 거대한 드라마가 제시되지 않는다. 서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열네 개의 장면이 삽화 식으로 배열되는 식이다. 각각 3명의 남녀가 무대 위에 등장하여 관계의 ‘어떤’ 순간들을 그려낼 뿐이다. 모든 관계의 연대기는 순간들의 집합이다. 혜원 신윤복의 화폭에서 시작된 극장적 상상력을 연극 ‘그림 같은 시절’에 담아내 주목을 받은 작가 정영훈이 썼다.

극단 상상만발극장의 박해성 연출은 “연애의 곡선을 미분하다보면 의외의 낯익은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곡선은 순간들의 연속이고 미분으로 연애를 사색하게 된다.“ 연출의도를 전했다. 말과 움직임, 음악과 상황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무대적 확장을 도입해 퍼즐을 맞추듯 정교하게 관계들을 조합해낼 예정. 배우 성여진, 신안진, 김신록, 김훈만, 양명선,강기둥 등이 출연.15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

연극 `러버`중 배우 이승비와 송영창

■ 솔직한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에게

<연극열전4> 세 번째 작품 ‘러버’(The Lover)를 단순히 19금 연극으로 보지 말라. 연극 ‘러버’는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 성적 환타지를 덧씌운 역할 놀이를 하는 부부 이야기다. 좀 더 이야기하자면, 끝 날 것 같지 않은 부부간의 티타임을 은밀히 훔쳐보게 만드는 연극이다. 섬세하고 처절하고 허무한 헤롤드 핀터의 감각이 생생히 살아있다.

주인공 사라 역을 맡은 배우 이승비는 “가면을 쓰고 살 때와 벗을 때의 구조가 정확하게 나눠지는 연극이다”고 전했다. ‘사라’가 가진 내면의 욕망을 끄집어내는 매개체로 사회적 자아와 내면적 자아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인물인 우유배달부는 가장 ‘핀터스러운’ 역할이다. 360도 회전하는 사각 턴테이블 무대 위에서 발가벗은 몸으로 선 두 남녀, 봉고 소리에 고조되는 인물들의 심리, 반짝이는 구두 한쪽만을 신은 채 절둑거리며 가는 여주인공의 표정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8월1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이름만으로도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연극 ‘불 좀 꺼주세요’가 다시 돌아온다. 20년 전 대학로를 뜨겁게 달궜던 바로 그 작품이다. 30, 40대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작품으로 뽑힌 전력도 있다. 연극은 젊은 시절 사랑을 나눴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진 두 남녀의 재회를 통해 '제도적'인 모습과 '본능적'인 모습의 괴리, 욕망의 표출과 본능의 억압 사이를 이야기한다.

강영걸 연출은 “이번 작품의 포커스는 분신이 아닌 본신”이라며 “분신은 분신대로 본신은 본신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또한 본신과 분신이 함께 합쳐졌을 때 하나의 개체를 이루는 모습을 극명하게 구별해서 보여줄 예정”이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이번 작품에는 그의 무남독녀인 배우 강윤경이 여자분신 역으로 출연한다. 중간에 상반신 노출장면도 있다. “최선의 연기를 통해 노출장면이 전혀 의식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식되도록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외 88서울올림픽때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굴렁쇠 소년 윤태웅이 남자분신 역을 맡는다. 7월 12일부터 9월 9일까지 대학로 극장.

공연칼럼니스트 정다훈(ekgns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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