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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백두산 천지, 드디어 그곳에 올라

입력 : 2008-08-29 13:01:49 수정 : 2008-08-29 13: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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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니 우비들을 챙겨 입은 여행객들

통화시를 향해 버스는 시골길을 끝없이 달렸다. 미국의 넓은 대륙을 몇번이나 달린 나는 땅이 넓은 것엔 그리 감동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직장 동료중 중국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케캉이다. 그녀가 말하기를 중국은 땅이 크다고 하나 해안 지방만 농사가 되고 반은 돌과 바위 그리고 자갈이라 쓸모없이 크다고 하며 마치 해안 지방만 개발되어 있는 호주와 비슷하다고 하나 호주보다는 형편없이 가난해서 정말 돌아 가기 싫다고 한다. 그래도 그녀는 부모님이 아직 살아 계시니 3년에 한번은 돌아 간다고 한다. 그녀는 정말 한국인들을 부러워 했다. 조그만 땅덩어리라도 아주 잘산다고 하며 자기네들도 자본주의로 살았으면 지금쯤 한국만큼 살수 있었을텐데 한다.

옥수수 시골길을 달리며 그녀를 생각하고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그녀는 한국의 불고기를 아주 아주 좋아하여 초대를 하면 아주 좋아한다. 중국인과 대만인은 아주 성격이 다르다. 중국인은 대만은 중국에 속한다 하며 대만 여인은 그말을 아주 싫어 한다.

대만은 중국이 아니며 Free China <자유중국> 하며 액센트를 쎄게 낸다. 우리가 북한은 남한이 아니다 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일까?

누군가 상식없는 미국인이 내가 코리안이라고 하니 North Korean 이냐고 해서 막 화를 낸적이 있다. 그들은 미국과 국교가 없으니 평민은 비자가 안나온다고 소리를 버럭지르고 나는 South Korean이라고 분명하게 확인시킨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몰라서 그런 걸 뭘 그리 화를 냈을까? 그만큼 나는 공산주의 사회와 관계없다는 것을 우기고 싶은 것이다. 네시간 달려가다가 중간에 버스가 섰다.

문이 없는 중국의 시골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라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우리들을 웃기고 불편하게 한 시골의 화장실은 중국여행의 추억속에 길이 길이 남을 것이다.

어쨌든 사람이 웃는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시골의 한적한 길에 버스가 잠시 서는것을 이용하여 과자를 파는 할머니도 있었다. 과자 맛이 우리나라 군인들이 먹던 건빵맛인데 참 맛이 있었다. 아주 많이 들어 있는데 2천원이랜다.

하나 사서 간식으로 먹었다 통화시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가 넘은것 같다. 우선 호텔에 여장을 풀기 전에 북한 사람들이 경영하는 북한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어린지 15세나 되었을까?

북한말보다 중국어를 더 잘 하는 걸 보면 여기서 태어난 조선족일까? 물을 달라고 하니 얼른 못알아 듣는다 . 중국어 사전을 펴들고 손짓 발짓 원숭이 짓을 해대니 물을 가져온다.

정말 손님이 많았다. 아무튼 북한식 밥을 먹고 발맛사지들을 받고 호텔로 돌아갔다.

이튿날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 백두산을 향해 달리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한다. 모두들 2000원짜리 일회용 우비들을 사입고 모양새들이 가관이다 .

백두산 셔틀 버스

버스가 백두산 입구에 도착하니 다시 셔틀을 타야 한다고 한다. 셔틀을 한대 잡아 타고 아주 오랫동안 올라간다. 거긴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마치 나이야가라 폭포의 어느 주변처럼 키작은 자작나무 같은 것이 주욱 서있다. 야생화가 야생 그대로 피어 있고 정말 아름답다. 거기 만큼은 마치 미국의 어느 시골에 온 것 같다.

정말 아름다운 자연이다. 백두산 바로 아래 도착하니 다른 셔틀들이 아주 많이 주차해 있다 .비는 더 세차게 내린다 천지물을 보긴 다 그른 것이다.

어느 아주머니는 비내리는데 뭐 찾아먹으러 그 꼭대기는 올라가냐고 아예 포기하고 그냥 비옷 파는 가게에서 앉아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아니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여기까지 왔는데 안 올라가면 나중에 후회를 할텐데.

끝내 안 올라간 것 같은 그분은 아주 후회를 할 것이다. 백두산에 왔다가 백두산에 안올라가면 남산에 갔다가 남산 아래서 기다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 원 별 재미있는 아주머니 다보았네.

비는 얼굴에 철사를 찌르는 듯 세차고 평소 등산이라고는 집앞에 차세우고 현관문 앞에 대여섯개 계단을 등산한 일밖에 없고 지난번 관악산에 한번 친구따라 간 것이 전부인 나의 등산 실력은 같이 간 사돈 마님을 힘들게 했다.

중간에 앉아서 그만 간다고 하니 아까 그 아주머니가 부럽다. 그냥 아래서 기다릴 걸. 가다가 나를 기다리고 가다가 나를 기다리고. 하하하. 아마 사돈 마님 아니면 나도 중도에 그냥 포기하고 내려 왔을지도 모른다.

정말 다리 아프고 비 때문에 얼굴 아프고 우산 꺽어지고 죽을 지경이다. 다시는 오나봐라.

보통 45분에 올라가는 천지못 까지 아마 나는 한시간 반은 족히 걸렸을 것이다. 암튼 고지를 점령하니 안개는 자욱하고 아래를 바라보니 떨어질 것 같은 낭떨어지이다.
중국과 븍한 경계선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인 바위는 이쪽은 중국 저쪽은 조선이라 써 있었다. 우리는 발한쪽은 중국에 발한쪽은 조선에 놓고 시진을 찍으니 감개가 무량하다. 아하! 우리의 고구려, 우리 조상들이 숨쉬던 땅 장백산이 아니고 백두산 그곳에 왔다.

비가 오거나 말거나. 아무튼 우리는 그땅을 밟고서 억만세를 부르고 싶으나 중국인들이 못하게 한다고 해서 목구멍에서 쳐 올라오는 만세 소리를 꾹 참고 울분을 삭인다.

그리고 다시 계단을 향해 언제올지 기약없이 백두산과 하직 인사를 했다. 다음번엔 꼭 기차타고 서울에서 백두산에 올수 있기를 소망하며 다음 여행지인 광개토대왕 능을 향해 다시 하룻밤 잠을 청한다.

(계속)

 / 유노숙 워싱턴 통신원 yns50@segye.com  블로그 http://yns1.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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