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만화 로봇의 대결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려보았을 상상이다. 바로 이 질문에 로봇 태권 V를 탄생시킨 장본인, 김청기 감독이 대답했다. “당연히 태권 V가 이긴다.”
최신 디지털 기술로 30년 만에 복원돼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상영되는 만화영화 ''로봇 태권 V''의 김청기 감독이 CBS TV ''정범구의 시사토크 누군가?!''에 출연해 태권 V 제작과 복원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태권 V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먼저 김감독은 태권V는 무술을 하는 로봇이란 점에서, 도(道)를 지녔기 때문에 마징가Z가 감히 넘볼 수 없다는 이색적인 의견을 펼쳤다. 김감독은 “인간 이상의 존재는 없다. 기계와 비교하면 인간은 신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인간에게는 ‘도(道)’가 있어서 기계가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경지가 있다. 인간 수준의 로봇, ‘도’를 가지고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태권 V가 이긴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태권V의 무술 동작 연출에 대해서는“월트 디즈니 만화영화 ''신데렐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신데렐라가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모델을 무비 카메라로 찍었다. 렌즈에 떠있는 동작 하나하나를 거울에 비춘 뒤 종이를 올려놓고 그림을 그리는 기법(로토스코핑)을 알게 됐다. 그래서 태권도 유단자의 대련 과정을 16미리 카메라로 실제 촬영했다. 그리고 한 프레임씩 그림을 그려 태권 V의 무술 동작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김감독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마징가 Z 모방설에 대해서는 “괴롭다”며 구체적인 반론을 펼쳤다. 그는 “마징가가 히트했을 때 로봇 만화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양심적으로 말해서 어떻게 하면 마징가를 닮지 않을 수 있는가가 제작진의 가장 큰 숙제였다. 광화문 네거리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이순신 장군 동상을 우연히 보게 됐다. 이순신 장군을 닮은 로봇이 우리의 태권 무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태권 V가 투구를 쓴 모습으로 제작된 이유도 그렇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반공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상 시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청기 감독은 “당시는 이데올로기가 매우 첨예했던 시기였다. 모든 적을 ‘붉은 제국’으로 설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붉은 제국을 이긴다는 것이 가장 통쾌했던 시절이었다. 반공교육이 제1의 교육이지 않았는가? 그래서 악당 카프 박사의 뒷 배경을 보면 붉게 처리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붉은 제국을 의식해서 그렇게 그렸다”고 고백했다.
한편 김청기 감독은 만화영화 감독이 된 배경에 대해 "한국의 월트 디즈니가 되고 싶어 뛰어들었다"며“인쇄매체, 만화책 원고를 쓰는 생활부터 시작해 뒤 대한극장 근처 ''세기상사''에서 영화 제작에 처음으로 참여했다.‘손오공’,‘보물섬’,‘황금철인’ 세 편이었는데 우리나라 장편 영화의 태동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감독은 극장, 출판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파산했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서울 잠실에 극장을 설립하고 ''우뢰매''라는 월간지를 운영(18권까지 출간)하다가 1996년 파산했다. 김청기 감독은 “성경에 그런 말이 있지 않나? ‘헛되고 헛되도다’20년간 쌓아온 것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안 해보던 짓을 한 것이 잘못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출판 산업 관행상 처리 안 됐던 영수증 때문에 5억 8000만 원의 세금을 강제징수 당했다. 건강을 유지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운동하고 종교적으로 위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최근 3D 애니메이션 ''광개토태왕''을 제작하며 본격적인 재기를 꿈꾸고 있는 김청기 감독은“과거에는 전투 신을 제대로 그릴 수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해보니 안 되는 것이 없다. 디지털 시대가 와서 이렇게 흥분이 된다. 이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며 "광개토태왕에서 그런 긴장감을 살려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162번 채널)과 각 지역 케이블방송을 통해 10월 7일(오전 10시20분, 오후 10시20분)과 8일(오후 3시) 세 차례 방송되며 www.cbs.co.kr로도 볼 수 있다. 방송 후에는 인터넷 주소창 누군가 로 접속해 VOD를 볼 수 있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b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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